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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 리뷰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김은주)

by 잔세폴 2019.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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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 철학은 긴 역사 동안 여성을 배제한 채 '보편적 인간'을 이야기해왔다.

남성들의 철학에서 여성은 언제나 타자였다. 그 형상이 괴물이든 천사이든, 타자는 결국 불온하고 이해 불가능한 존재로 대상화되고, 배척되고, 탄압당한다.

 

여성은 이렇듯 스스로의 존재를 억압하는 언어 속에서 철학적 사유를 시작했다.

그리고 세계를 지배하는 이분법의 틀에 도전하고 경계를 확장하며 새로운 개념을 창조했다.

주체와 타자, 여성과 남성, 문명과 야만 등, 기존의 인식론이 지닌 한계와 폭력성을 넘어서

멋진 사유와 삶을 이뤄낸 여성 철학자들. 그중 여섯 인물의 지적 여정을 담았다. "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

제목이 정말 강렬하지만, 직관적으로 책의 내용과 의미를 이해하는데는 어려운 제목이다.

 

그래서,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뒤늦게 '페미니즘'에 관심이 생겨 관련 도서를 읽어볼까 하는 생각에 페미니즘 도서를 검색했다.

여러 추천 책 중에, '여성 철학자'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는 책의 소개는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철학의 주류가 '남성' 철학자라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너무나도 익숙하고 당연한 사실이었기에,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한, 이를 눈치채기엔 쉽지 않다.

 

이 책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에게 주류 철학자의 '성별'에 대한 의문을,

'백인 남성'이 인간의 기준이라는 것에 대한 진하고 깊은 의문을 던지고 생각하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한나 아렌트, 가야트리 차크라보르티 스피박, 주디스 버틀러, 도나 J. 헤러웨이, 시몬 베유, 쥘리아 크리스테바'

6명의 여성철학자가 삶을 살아오면서 고민한 사유의 흔적을 

이 책의 저자인 김은주씨는 알기 쉽고 간결하게 정리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철학책' 이기는 하지만 철학에 내공이 없어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

 

'여성' 철학자의 시각에서 삶을 견뎌내고, 바라보고, 사유하고, 고민한 내용을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에

생각지도 못했던 관점으로 삶을 바라볼 기회를 곳곳에서 얻을 수 있었다.

 

이 사회를 살아오면서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 자연스럽다고 넘겼던 것들,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은 무엇인가?

나는 이에 대해 한번이라도 깊은 고민을 했었던가?

 

나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삶의 방향과 목적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여운이 있는 책이다.

'여성주의'라는 주제에 국한하기에는 많은 지적 사유와 탐구를 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점에서,

삶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해보고 싶은 그 누구라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그대와 함께 나누고픈 구절>

철학의 역사는 오랫동안 남성들만의 것이었다.

라헬 파른하겐의 수많은 편지는유대인이라는 굴레가 낳은 비극적 운명에 순응하거나 이를 절망으로 덮어버리지 않고, 그러한 운명의 의미를 찾아내고자 분투하는 활동이었다.

아렌트는 사고의 무능성과 그에 따른 행동의 무능함이 도처에 자행되는 악을 야기한다고 결론짓는다. 악은 비범한 형식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옳고 그름을 인식하고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제거하는 체제가 사람들을 순응하게 만든다.

어쨌거나 나와는 결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여성성은 분명 어딘가 다른 데 속해 있어서, 나는 여성성을 구현했거나 구현하려는 존재가 되기보다는 여성성을 바라보는 관객이 되는 것이 훨씬 더 즐거웠다. 그렇다고 내가 내 몸과 분리되는 것은 아니었다. -> '여성성'에 대한 사유. 나는 이러한 사유를 하지 못(안) 했다.

버틀러의 철학적 시작은 삶을 살기 위한, 삶의 에너지를 증진시키기 위한 노력에서 비롯됐다.

오랫동안, 두 가지 젠더만이 인간으로 인정되었다. 이 둘 중 하나의 성이 아니라면, 그로부터 벗어난 성적욕망과 성 정체성은 인정은 커녕 인식조차 되지 못한 채 검은 침묵 속에 가두어졌다.

이성애 제도에 근간한 이원적 젠더는 자신의 젠더가 여기서 벗어나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감추면서 비정상으로 몰아세운다. 이는 이성애의 정체성을 지니지 않은 사람들의 정체성을 이성애적인 모티프로 해석하면서 차별과 폭력을 낳는다.

나는 사이보그가 되겠다.

이분법적 체계에서는 남성-백인이 인간의 기준이며 이성애-가부장제가 보편의 위치를 점한다. 이성애와 가부장제는 남성 백인을 인간의 표준으로 삼는 사고에 의해 성립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인간을 세계의 중심으로 여기는 인간 중심주의를 유지하고 강화한다. 여성주의의 지향이 소위 '정상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쟁취하는 데 머무르는 한, 여성주의적 성찰은 가부장제의 반담론에 불과하게 된다.

사이보그를 페미니즘의 중요한 성찰로 가져갈 때, 가부장제가 뿌리박은 불평등을 무너뜨릴 수 있고, 이질적인 것들의 연결과 접합이라는 자산을 페미니즘이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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