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오늘, 누구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했나요?
김종관 감독의 영화 ‘더 테이블(The Table)’은 카페의 한 테이블에서 하루 동안 이루어지는 네 인연의 대화를 보여줍니다. 감독은 네 개의 대화와 여덟 명의 인물에 집중하면서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우리는 네 인연의 대화를 엿보면서 둘은 어떤 관계인지, 둘을 둘러싼 사건은 무엇인지, 각 인물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추측하게 됩니다. 잔잔하지만 지루하진 않은 영화, 더 테이블 진짜 후기를 시작합니다.
“이렇게 사소함에 집중하는 영화도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계속 해나가고 싶다”-김종관 감독
감독에 대한 정보도, ‘더 테이블’에 대한 정보도 없이 보게 된 영화였기 때문에 보는 내내 ‘영화의 의미’에 대한 의아함을 가졌습니다. 도대체 영화를 만든 감독이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이런 사소한 영화도 개봉할 수 있는 걸까요? 도대체 예술의 세계는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더 테이블’이 주고자 하는 진짜 의미를 직접 깨치기 위해 영화 소개글이나 리뷰를 찾아보지 않았습니다. 영알못이 전하는 어디에도 없는 더 테이블 진짜 후기와 느낌을 소개합니다.
1. 영화, 문학의 존재 이유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이 영화는, 문학의 존재 이유를 명확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 테이블에서 옴니버스 형식으로 보여지는 네 인연의 대화를 찬찬히 듣고 있다보면 어느새 그들의 관계를 집요하게 추론해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문학의 존재 이유는 간접 체험과 간접 경험에 있습니다. 하나의 삶밖에 살지 못하는 우리는 우리 삶의 형태가 절대적이라고 믿고 살지만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색채와 모양의 인생이 있습니다. 문학이라는 작품을 통해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세계를 볼 수 있습니다. 김종관 감독의 더 테이블은 인물의 대화에 집중함으로써 이들의 삶을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영화와 문학의 본질을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닐까요?
2. 잔잔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테이블 위의 대화
카페 테이블에 앉아있으면 옆 사람의 대화가 그렇게 재밌습니다. 실제 김종관 감독은 카페 옆 테이블의 대화를 듣다가 더 테이블 시나리오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합니다. 더 테이블은 네 인연의 대화로만 이루어진 러닝타임 1시간 짜리의 영화입니다. 한 시간 내내 한 테이블과 인물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지루해질 수도 있는데, 감독은 끊임없이 두 인물의 관계를 추리하게 함으로써 대화에 집중하도록 만듭니다.
(정유미 & 정준원) 오전 열한 시, 에스프레소와 맥주. “나 많이 변했어.” 스타배우가 된 유진과 전 남자친구 창석
(정은채 & 전성우) 오후 두 시 반, 두 잔의 커피와 초콜릿 무스케이크. “좋은 거 보면 사진이라도 하나 보내줄 줄 알았어요.” 하룻밤 사랑 후 다시 만난 경진과 민호
(한예리 & 김혜옥) 오후 다섯 시, 두 잔의 따뜻한 라떼. "좋아서 하는 거예요. 아직까진..." 결혼사기로 만난 가짜 모녀 은희와 숙자
(임수정 & 연우진) 비 오는 저녁 아홉 시, 식어버린 커피와 남겨진 홍차. “왜 마음 가는 길이랑 사람 가는 길이 달라지는 건지 모르겠어.” 결혼이라는 선택 앞에 흔들리는 혜경과 운철
3. 편안한 분위기, 불편한 기분
잔잔한 음악과 분위기의 카페에서 대화를 듣고 있으니 참으로 편안했지만, 불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특히 스타배우가 된 유진과 전 남자친구 창석의 대화가 그랬습니다. 꽤 유명한 배우가 된 유진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듯한 창석의 말과 태도가 상당한 불편함을 주었습니다. 직장 동료에게 배우와 사귀었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 같이 사진을 찍자는 모습, 루머가 사실인지 캐묻는 모습 등 대화를 듣고 있자니 묘하게 기분이 나빴습니다. 그런 창석을 그저 받아주며 전부 긍정적으로 대답해주는 유진의 모습이 참으로 답답했습니다.
더 불편함을 느꼈던 대화는 하룻밤 사랑 후 다시 만난 경진과 민호의 대화입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입니다만, 민호의 불쾌한 눈빛은 금새라도 범죄를 저지를 것 같았습니다. 불쾌한 눈빛과 태도, 그리고 이를 그저 받아주는 수동적인 경진의 자세까지. 김종관 감독은 이런 불편한 기분을 통해 어떤 것을 전달하고자 했던 걸까요? 세상에는 이런 이상한 상황과 관계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요?
4. 인생은 결국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다
하루 동안 카페 테이블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를 통해 우리는 여러 인생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네 인연의 모습은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굳이 차이를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대화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를 찾는다면 감독이 바라보는 세계를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이들 관계의 바탕에는 바로 ‘사랑’이 있습니다. 첫 번째 대화에서는 열렬히 사랑한 후 이별한 연인을 보여주고 있고 두 번째 대화에서는 하룻밤 사랑을 나눴던 남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세 번째 대화에서는 돈 많은 사장에게 '작업'을 하려다가 막내 사원과 진짜 눈이 맞아버린 은희의 모습을 보여주고, 네 번째 대화에서는 결혼 앞둔 여자와 전 남자친구를 보여줍니다. 김종관 감독은 삶의 다양한 군상에 사랑이 필연적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합니다. 결국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 인생 아닐까요?
'책&영화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아하는 일, 딱 맞는 직업 찾는 방법: 두 번째 명함(크리스 길아보) (0) | 2022.11.06 |
---|---|
무조건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더 시스템, THE SYSTEM) (0) | 2021.05.17 |
명화에 대해 흥미 갖는 법: 방구석에서 미술관 즐기기 (0) | 2021.03.14 |
부모가 자녀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 양육가설(주디스 리치 해리스) (0) | 2020.10.04 |
불안한 존재들을 위하여,『철학의 위안』(알랭 드 보통) (0) | 2019.07.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