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알쓸신잡2에 출연한 유현준교수가 2015년에 낸 책이다.
건축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사람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알차게 구성한 책인 것 같다.
특히, 목차를 살펴보면, 책의 내용이 상당히 궁금해진다.
목 차 1. 왜 어떤 거리는 걷고 싶은가 2. 현대 도시들은 왜 아름답지 않은가 3. 펜트하우스가 비싼 이유 4.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뉴욕이야기 5. 강남은 어떻게 살아왔는가: 사람이 만든 도시, 도시가 만든 사람 6. 강북의 도로는 왜 구불구불한가: 포도주 같은 건축 7. 교회는 왜 들어가기 어려운가 8. 우리는 왜 공원이 부족하다고 말할까 9. 열린 공간과 그 적들: 사무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10. 죽은 아파트의 사회 11. 왜 사람들은 라스베이거스의 네온사인을 좋아하는가 12. 뜨는 거리의 법칙 13. 제품 디자인 vs 건축 디자인 14. 동과서: 서로 다른 생각의 기원 15. 건축이 자연을 대하는 방식 |
여기서는 일부 흥미있는 챕터만 소개해보려고 한다.
흥미가 생기는 독자들은 책을 읽어보시길...!
1장 왜 어떤 거리는 걷고 싶은가
걷고 싶은 거리의 공식은 무엇일까?
우리의 발길을 끄는 거리가 갖춘 조건이라는 것이 있을까?
유현준 저자는 걷고 싶은 거리가 되기 위해서는 거리에서 다양한 체험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명동이 걷고 싶은 거리인 이유는 상점이 많아 거리를 걷는 사람들로 하여금 여러 선택권을 주고
이러한 선택권은 새로운 변화의 경험을 준다는 것이다.
<경험의 밀도가 가장 높은 명동거리(위)와 가장 낮은 테헤란로(아래)>
주변에서 아무런 이벤트가 일어나지 않는 거리보다는
다양한 이벤트가 일어나는 거리가 걷고싶은 거리이다.
(다소 당연한 이야기 인 것 같기도 하다)
3장 펜트하우스*가 비싼 이유
*아파트, 호텔 등의 고층 건물 내에서 맨 꼭대기 층에 위치한 고급스러운 주거 공간으로
최고층이라는 이점으로 인해 가장 좋은 전망을 보유하는 특징을 지님(위키백과)
아,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
펜트하우스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사진을 첨부하려고 찾다보니 정말 살고 싶은 집이다...
펜트하우스가 비싼 건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펜트하우스가 비싼 이유를 하나의 챕터로 다룬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 유현준은 상당히 재미있고 신선한 관점으로 펜트하우스가 비싼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비싸다는 지극히 당연하고 지루한 설명은 그만!
펜트하우스가 비싼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공간은 권력을 만들어 낸다"
판옵티콘과 같은 공간에 대한 디자인은 서 있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권력을 주기도 하고 빼앗기도 한다.
펜트하우스에서는 주변 경관을 비롯해 모든 것을 내려다 볼 수 있지만
그 안에 있는 본인은 가장 꼭대기에 있기 때문에 그 누구도 보지 못한다.
부자들은 많은 돈을 지불하고 아무도 자신을 볼 수 없는 꼭대기라는 공간의 '권력'을 사는 것이다.
볼 수 있는 사람은 권력을 갖지만 보이기만 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지배받는다고 할 수 있다.
공간과 권력과의 상관관계에 의해 펜트하우스의 가격이 높아졌다.
건축가들이 도시 구조를 디자인하고 건물을 디자인하는 것은 향후 수백년간의 권력 구조를 구성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8장 우리는 왜 공원이 부족하다고 말할까
요즘은 공원이 참 잘 조성되어 있는 것 같다.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에는 누구나 뛰어놀 수 있는 쾌적한 공원이 함께 들어서고
주변을 조금만 둘러보면 걷고 쉬고 즐길 수 있는 공원이 있다.
대표적으로 남산, 한강 고수부지, 서울숲, 서울숲을 둘러싼 북한산, 인왕산, 청계산 등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공원이 부족하다고 외친다!
이렇게 공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왜 공원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첫째, 녹지 주변 상황의 문제이다.
센트럴 파크 주변에는 느리게 이동하는 4차선 도로와 주거공간이 있다.
주거지와 공원이 접하는 면이 길기 때문에 뉴욕 시민들은 일광욕, 원반던지기, 야구 등을 공원에서 즐긴다.
하지만 서울숲 주변에는 강변북로 등의 고속도로가 접해있어 외롭게 따로 떨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원으로의 접근성도 떨어지고 여유있는 풍경이 연출되기 어려운 것이다.
둘째, 땅의 기울기 문제이다.
센트럴 파크와 같은 공원은 대부분 평지로 이루어져있어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지만
남산과 북한산 등은 경사가 있기 때문에 모두 한 방향을 보고 걷는다.
경사지인 산은 평평한 땅과 비교해 서로 마주보면서 할 수 있는 역동적인 활동이 이루어지기에는 제약이 존재한다.
즉, 공원의 '수'가 공원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공원 내에서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느냐가 공원에 대한 만족도를 결정한다고 할 수 있다.
읽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수만 년 부터 계획없이 자연스럽게 생겨났을 것 같은 대부분의 도로, 건물 등의 도시가
시민들이 살기 좋은 도시를 위해 전문가들이 머리맞대 궁리한 끝에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너무나 자연스럽고 불편함이 없어서 미쳐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도 꽤나 살기 좋은 도시인 것 같다.
물론 주변의 환경에 익숙해져서 '좋다'고 느껴지는 것인지 처음부터 좋은 것이었는지는 의문이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좋았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는 책이다.
※ 그대와 함께 나누고 싶은 문구
건축에서 창문은 건축물의 안과 밖을 연결해주는 소통의 요소이자 '바라본다'는 권력을 조절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
창문은 건축물의 기능과 사회적, 심리적인 요구에 따라서 외부와 내부의 관계를 조절하여 공간의 성격을 규정하는 중요한 건축 요소이다. |
체적이 넓은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한 크기의 3차원 공간의 환경을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는 비용을 지불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
자신이 소유한 공간은 자신의 영향력이 미치는 영역이다. 더 큰 체적의 공간을 소유한다는 것은 자신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
광고는 시청자에게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 과장된 이상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고, 광고를 통해서 그 시대의 이상적 삶의 모습을 정의 내린다. |
도시가 고밀화, 고층화되면 지면은 점점 건물에 묻히게 된다. |
건축은 사람이 들어가고 나오는 공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재료가 교체되고 복원되고 사용되면서 보존되는 것이 옳다. |
프라이버시는 일정 공간의 소유를 뜻한다. 공간을 소유한다는 것은 자유를 뜻한다. |
자동차는 이 사회에서 프라이빗한 공간을 완벽히 소유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이자, 이동하면서 공간의 성격도 바꿔줄 수가 있어서 가격 대비 성능이 가장 좋은 공간이다. |
우리는 과거 넓은 자연을 바라보면서 지금의 문명을 창조해 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최소한의 공간을 소비하면서 사는 데 익숙해져 우리가 원래 자연 속에서 얼마나 여유로운 공간을 소비하면서 살았는지도 잊어버린 듯하다. |
기억할 감정이 많다는 것은 인생이 그만큼 풍요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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