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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의 위험성

by 잔세폴 2023.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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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도파민 주사를 300회 맞았다.

 

침대에 옆으로 누워 3시간째 핸드폰을 보고 있다.

지하철과 버스에서는 엄지손가락을 위로 휙휙 올리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우리는 왜 스마트폰에 중독되었을까?

 

진화적 관점에서, 현대인은 스마트폰에 중독될 수 밖에 없다.

우리의 뇌는 지난 1만여 년 동안 진화한 그대로 행동했을 뿐이다.

 

문자메시지의 '불확실한 결과', 피드의 '새로운 정보', sns '푸시알림'까지.

 

예측불허를 사랑하는 뇌는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여러 자극에 격렬하게 반응하며 도파민을 내뿜는다. 

즉, 스마트폰은 우리에게 소량의 도파민 주사를 하루에 300번씩 놓고 있다.

 

매일이 불확실하고 예측 불가능 했던 선조들은 불확실하고 새로운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불확실한 결과와 새로운 정보가 있을 때마다 도파민을 분비해서, "저기에 집중해!"라는 신호를 보낼 수 있게 진화한 것이다.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현대인의 뇌는 도파민에 절여졌다.

 

도파민 주사보다 더 위험한 것은 OOO이다.

 

스마트폰보다 더 치명적이고 위험한 것이 있다.

 

바로 '알고리즘' 이다.

 

알고리즘은 관심사를 추적하고 분석해 사용자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계속해서 재생산한다.

 

언뜻보면 아주 편리한 기능이지만, 자세히 보면 아주 위협적이다.

 

알고리즘은 아주 심각한 두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첫째, 맞춤형 도파민 주사를 다량으로 쏟아 붓는다.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관심있을 법한 콘텐츠를 계속 보여줌으로써 "여기에 집중해!"라고 소리친다. 정교화된 알고리즘은 당신과 당신의 시간을 순식간에 없애버린다. 당신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말이다. 사용자가 관심있는 불확실한 결과와 새로운 정보가 계속해서 쏟아지는 한, 중독에서 벗어나기란 더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알고리즘의 두번째 문제는 더 심각한데, 당신의 세계가 재단 당한다는 사실이다. 지금 당장 인스타그램의 피드를 보라. 지금껏 당신이 클릭했던 관심사를 기반으로 세팅 되어 있을 것이다. 유튜브는 또 어떤가? 어제도 봤고 그제도 봤던 비슷한 영상이 있지 않은가?

 

이제 당신 주위에는 당신의 관심사만 남았다. 다른 세상의 흥미로운 이야기는 알고리즘 틈으로 절대 들어올 수 없다는 말이다. 당신이 만들었던 세계는, 알고리즘에 의해 딱딱하게 굳어져 버렸다. 이제 더이상 모르는 세상에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노력하지 않는 한 관심사 외의 지식과 정보는 얻을 수 없다. 이 상태가 오래 유지되면 조만간 당신은 고집스러운 꼰대가 될 것이다.

 

대화를 할 때, 토론을 할 때, 생각을 주고 받을 때 관용의 폭이 좁아져버리는 문제가 발생했다.

 

알고리즘을 끊어버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것'이다.

 

이제 알고리즘을 당장 부셔야한다.

 

세상은 아주 넓고 그 안에는 수억만개의 이야기가 생동감있게 피어나고 있다. 알고리즘이라는 작은 세상에 갇혀 살기에는 아까운 세상이란 말이다.

 

얼마 전 나는 뇌의 새로운 부분이 자극 받는 아주 신선한 경험을 했다.

마치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도파민에 쩌든 뇌를 맑은 물에 씻어낸 느낌이었다.

 

내 세상에 균열이 생겼고,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구체적인 생각과 아이디어가 샘솟았다.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

 

종이책을 읽었다.

 

책은 알고리즘에 구애받지 않는 순수 컨텐츠이다.

서점은 내가 구축한 알고리즘으로 책을 세팅하지도 않고 내 관심사만 강요하지도 않는다.

 

관심있지만 깊이 몰랐던 세계의 문을 열어주기도 하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분야를 보여주기도 한다.

 

'스틱'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카피라이팅에 대한 아이디어를 정말 많이 얻었다.

 

전혀 몰랐던 지식을 천천히 이해하면서 읽다보니까 아이디어가 넘쳐났다.

핸드폰을 할 땐 생각이란 걸 안하는데, 책을 읽는 동안에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사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잔상이 오래남아 눈을 감고 누웠는데도 책 내용을 다시 생각할 정도였다.

 

그러다가 '알고리즘의 위험성' 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는 아이디어까지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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