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혐오표현' 이란?
수많은 표현 중 어떤 표현을 '혐오' 표현이라 정의할 수 있을까?
타인을 비방하거나 모욕을 주는 말? 욕설? 혹은 입에 담지 못할 언사를 모두 혐오표현이라 할 수 있는가?
책의 제목인 '말'이 칼이 될 때에서 의미하는 '말'은 혐오표현을 의미한다.
즉, 혐오표현이 다른 사람을 헤치는 칼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책의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혐오표현의 개념을 알아야한다.
혐오표현이란 소수자에 대한 편견 또는 차별을 확산시키거나 조장하는 행위 또는 어떤 개인, 집단에 대해
그들이 소수자로서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멸시, 모욕, 위협하거나 그들에 대한 차별, 적의, 폭력을 선동하는 표현
을 의미한다.
'혐오'는 대상자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 일으킬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 '여성혐오'와 '남성혐오'의 경우를 비교해보자.
어느 실험에서 여성혐오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쪽과 남성혐오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쪽의 심리상태를 비교해보았다.
여성혐오를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들의 감정적 반응은 ‘공포’로 귀결되는 반면,
남성혐오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쪽의 감정선에는 '공포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왜 이러한 결과가 나왔을까?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여성'이라는 성은 사회적 약자였고 남성은 그렇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다수자이자 강자였던 남성은 '남성혐오'를 당했다고 주장할지라도 그 감정선이 공포로 귀결되지 않은 것이다.
즉 진짜 혐오표현의 대상이 된 소수자들은 그 표현만으로도 '공포'를 느낀다.
2. ‘혐오표현’이라는 용어 속의 전략
'혐오'표현 이라는 명칭은 상당히 과격하다.
그냥 '상처주는 표현' 정도나 '비방섞인 표현' 정도면 될 것 같은데 '혐오'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보는 이와 사용하는 이로 하여금 거부감 조차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이러한 과격한 '혐오표현'이라는 명칭 뒤에는 '반차별운동' 전략이 숨어있다.
다양한 수위의 차별, 적대, 배제, 폭력의 말들을 ‘혐오표현’이라는 이름으로 묶어냄으로써
이 문제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의도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즉,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저항을 위해 혐오표현이라는 전략적 거점을 만들었다고 이해할 수 있다.
3. 혐오표현의 문제와 위험한 이유
그렇다면 혐오표현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단순히 본인이 싫어하는 대상을 말로 표현하는 것 일뿐 물리적, 신체적인 위협을 가하지 않는데 표현만으로도 과연 죄가 될까?
된다. 죄는 되지 않을지언정, '표현' 자체가 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
혐오표현은 어떠한 형태로든 차별을 조장한다.
소수자들이 처해 있는 불평등의 맥락 때문에 혐오표현은 그 표현 수위와 상관없이 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정도 가지고 뭘 그렇게 예민하게 굴어!’ 라는 핑계따위는 통하지 않는다.
또한 혐오표현에 대한 침묵이 계속되다 보면 점차 그런 차별적 언사들이 정당화되고 고착화되어 사실로 굳어진다.
혐오표현의 대상인 소수자는 혐오표현에 반항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계속 침묵하다보면 사실로 굳어진다.
혐오표현이 처음부터 옳지 않은, 잘못된 이유이다.
4. 혐오표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이유
<혐오의 피라미드: 혐오표현은 차별행위를 넘어 증오범죄, 집단학살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혐오는 구체적으로 입증 가능한 고통과 사회적 배제를 낳아 차별행위, 증오범죄, 집단학살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또한 혐오가 차별과 폭력으로 이어졌던 무수한 역사적 경험이 있기 때문에 혐오 단계에서 제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물론 혐오표현에 제재를 가함으로써 무작정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취지가 아니다.
다만 특정 소수자 집단을 구분하고 배제하는 식의 ‘손쉬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공존의 해법을 찾아보라는 주문이다.
공론화의 과정은 그 자체로도 규제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사회에서 논쟁하기 꺼려하는 주제일수록 더욱 공론화 해야하며, 우리는 공론화 과정에서 의도치 못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10. 법제화의 의의와 방향
혐오표현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면, 법으로 규제하는 방향을 생각해볼 수 있다.
혐오표현의 법제화는 법적제재로서의 의미만을 갖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나쁜 표현을 금지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
'국가가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있다'라는 신호를 줄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시민사회를 향해 '혐오표현을 관용하지 않는다'는 도덕적 정체성과 사회적 가치를 확인시켜줄 수도 있다.
이때 혐오표현금지법은 ‘공적 선언’으로서의 ‘상징적 가치’를 갖는다.
8. 혐오표현 규제의 두 가지 입장
학계에서는 혐오표현 규제에 관한 논의를 광범위한 규제인 유럽식 접근과 최소 규제인 미국식 접근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광범위 규제(규제 찬성론) |
최소 규제(규제 반대론) |
● 국가가 법으로 혐오표현 금지 ● 규제의 논거 - 혐오표현의 ‘해악’ - 정신적 고통, 공존조건의 파괴, 차별과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 - 인간 존엄이나 평등 등 헌법적 가치 훼손 - 혐오표현은 소수자의 존재자체를 승인하지않겠다는 의지의 표현 |
● 법적 금지 조치 외에 다른 방법으로 혐오표현에 대처 ● 혐오표현이 해악을 낳는다는 것은 막연한 가정에 불과 ● 혐오표현의 규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 혐오표현을 규제하면 억압된 감정이 쌓여 오히려 더욱 해악이 큰 행동으로 번질 수 있음 |
규제 찬성론은 혐오표현이 해악을 초래하기 때문에 강력하게 법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규제 반대론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되며, 혐오표현이 해악을 초래한다는 것이 지나친 가정이라고 주장한다.
9. 혐오표현의 개입 방안
원론으로 돌아가서, 그렇다면 혐오표현을 규제해야하는가? 규제하지 말아야 하는가?
홍성수 교수는 『말이 칼이 될 때』에서 표현의 자유를 증진시키는 개입을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쉽게 말하면 혐오표현에 더 많은 표현(more speech)과 더 좋은 사상으로 맞설 수 있게
표현의 자유를 증진시키는 개입을 하자는 것이다.
본문에서는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 희생자와 그 지지자들에게 혐오표현 행위에 대응하도록 하는 실질적, 제도적, 교육적 지원을 함으로써
희생자들로 하여금 혐오표현 행위의 침묵하게 만드는 효과에 도전하게 하고
혐오표현 화자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으로 나아가야한다. "
혐오표현이 잘못되었음을 교육을 통해 가르치며 소수자에 대한 비방과 조롱, 탄압이 왜 잘못된 행위인지 교육시켜야 한다.
생각해보면 내가 학교다닐 때는 이러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 같다.
한국의 교육제도는 상당히 보수적이고 고리타분한 것 같다.
11. 그래서 우리는 혐오표현에 대해 '형성적 규제'를 해야한다.
형성적 규제란 혐오표현을 금지하여 직접 격퇴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표현을 활성화시키고 소수자 집단과 시민사회가 혐오표현에 대한 내성을 가질 수 있게 지지하고 지원하는 정책을 실시하는 것
을 의미한다.
<혐오표현의 규제방법: 우리는 '지지하는 규제'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금지하는 규제가 직접적인 형사규제, 민사규제, 행정규제를 가하는 것이라면
지지하는 규제인 형성적 규제는 교육, 홍보, 정책, 지원, 연구를 통해 혐오표현이 잘못되었음을 명확히 알리고
소수자들이 더 많이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혐오표현의 규제에 대해 가능한한 모든 부분을 고려하여 어떤 규제를 어떻게 해야할지 정리해본다면
되도록 표현의 자유를 증진하는 개입을 우선시하되, 형사처벌의 부작용을 최대한 피하면서,
다양한 규제 방법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 정도를 일반적인 원칙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혐오표현 규제를 전체적으로 정리한 것이 아래 표이다.
혐오표현 중 가장 해악이 막대하면서 입증이 용이한 증오선동에 대해서 만큼은 형사규제를 실시하는 것이 기본 구상이다.
<혐오표현 규제 대상: 홍성수 교수가 제시하는 혐오표현 규제 방안이다>
홍성수 교수는 『말이 칼이 될 때』에서 혐오표현의 정의에서부터 위험성, 법적 제재가 필요한 이유와 그 방향성을 총 망라하여 설명했다.
혐오 공화국이 되어버린 2018년의 대한민국 사회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좋은기회였다.
위의 내용은 『말이 칼이 될 때』의 내용을 인용하여 작성하였으며
이 외에 더 풍부한 내용을 알고 싶으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책&영화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유현준) (0) | 2018.10.09 |
---|---|
히가시노 게이고 단편소설집『그대 눈동자에 건배』 (0) | 2018.10.02 |
혐오표현은 무엇이고 왜 문제인가? - 홍성수 『말이 칼이 될 때』감상평 (0) | 2018.08.19 |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 - 알랭드 보통 『불안』 (0) | 2018.08.17 |
우리가 불안함을 느끼는 이유 - 알랭드 보통 『불안』 (0) | 2018.08.16 |
댓글